
2025.04.14
慶応3年 4月14日
高杉晋作 死亡
그 사람은 참으로 바쁘게도 나돌아 다니며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었다.
만날 적마다 들이미는 것들은 하나같이 남자에게는 너무나도 낯설고 먼 것이어서, 눈을 깜빡이고 있자면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거짓말 하지 말라고 웃어버리곤 했다. 그 나이 먹도록 이런 것도 즐기지 않고 살았냐며, 정말 재미없는 남자라 농을 치면서.
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한 수 가르쳐 주마, 하던 그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, 몸짓이 매번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았었다. 그 사람이 즐거운 것이라 가르쳐 주던 것들이 아니라, 그래, 바로 그 사람이…
…
「혼사가 정해졌습니다.」
카스미는 그 말을 듣고 상념에서 깨어났다. 아니다, 반대였다. 그 말을 듣고 상념에 빠졌던 것 같다.
남자가 아무런 대답도 않고 상대를 바라보고 있으니, 말은 언제 생각할 틈을 주었냐는듯 물 흐르듯 이어졌다. 상대에게서 그렇게 많은 말을 들은 것은 형제들이 떠난 이래로 처음이었다.
「당신이 10년간 몰래 문을 열고 빠져나가던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, 정도를 이탈하려는 것은 아닌 듯하여 내버려두고 있었습니다.」
그 사람, 분명 마지막에 보았을 때, 표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죽음이 짙었다.
「하지만 이제 때가 되었으니 그 정도면 되었습니다.」
귓가에 와 닿던 그 숨, 분명 나를 향한 증오나 분노만이 아니라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으로 떨리고 있었다.
「우리에게 이 이름 외에 의미 있는 것은 없습니다.」
저주를 내뱉던 그 목소리, 분명 내가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.
「의미 없는 것에 마음 두지 마세요.」
아──카스미는 마치 신이라도 내린 것처럼 깨닫고 말았다.
지금이다.
──당신, 죽을 거야.
그가 수없이 예견해 왔던 그 순간.
──네놈에게만은 절대로 내가 죽는 것을 보여주지 않아.
그 사람이 수없이 저주했던 그 순간.
그 사람이, 타카스기 신사쿠가…
죽는다.
…
줄곧 나의 죽음을 예고하며 저승사자처럼 따라붙던 것이, 내가 죽는 순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니. 그것에게 이 한 몸 죽는 모습 절대 보여주지 않겠다 선언한 것은 나였으나… 저승길 인도하러 방문한 저승사자가 아니라 항변하는 것만 같아 불쾌하구나.
차라리 진실로 저승사자였으면 피할 수 없는 자연 재해였다 받아들이고 눈 감았을 터인데, 이런 기억들 따위 떠올리지도 않고 마지막 길 떠났을 텐데.
마지막까지 끔찍하게도 싫은 남자다…